LANGUAGE

[일기] 지만이 집 떠나기 전날

  • 2020.01.22
  • 213



지만이 집 떠나기 전날

 

1977129()

 

지만이가 내일 육사에 가()입교하게 되어

저녁 만찬을 하면서 육사 이야기를 하면서 격려하다.

이제 19세 고교 졸업생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집을 떠나 혼자 객지생활을 한 경험이 없어서

애처롭기도 하고 불안스러운 생각도 들지만,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서 이제부터

국군의 장교가 되려고 하는 남아의 출관이기에

부모의 자정에 쏠리는 표시는 하지 않아야지 하고,

육사 생활의 남아로서의 호쾌한 나의 경험담들도

들려주면서 약한 마음을 먹지 않도록 애썼다.

 

말은 하지 않지만 지만이도 내일 집을 떠나는 것이

무엇인가 섭섭한 듯 밤에도 자기 침실에서

오래 취침하지 않고 있는 듯하여, 지만이방에 찾아가 보니

방 정리하느라고 꾸물거리고 있었다.

낮에는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왔다고 하기에

어머니께서 무슨 말씀 없더냐고 농담을 하였더니

육사 입교하거든 남에게 지지 않게 열심히 잘하라고

어머니가 타이르시더라고 대답하였다.

자식을 길러 봐야 부모의 심정을 비로소 안다던

옛말이 새삼 실감 있게 느껴진다.

 

내가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하기 위하여 19403월 하순 어느 날

쌀쌀한 봄바람이 옷자락을 스며드는 고향 구미역

북행선 플랫폼에서 멀리 이국 땅 북만주

신경군관학교에 입교하기 위햐여 북행 열차타고 떠나는 나를

전송하기 위해 친순 노구의 어머니께서 나오셔서

나의 옷자락을 붙잡으시며

늙은 어미를 두고 왜 그 먼 곳에 가려고 하느냐하시며

노안에 눈물을 흘리시던 그 모습이 불현듯 머리에

떠오르고, 어머님의 흰 옷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을 들어 흔드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완연하다.

그날 어머님의 심정이 얼마나 허전하고 쓸쓸하셨을까.

어머님, 너무나 불효막심하였습니다.

이제 용서를 빌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