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 구름 속에 그의 얼굴이
-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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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구름 속에 그의 얼굴이
똑딱배가 팔월의 바다를
미끄러지듯 소리 내며 지나간다
저 멀리 수평선에 흰 구름이 뭉게뭉게
불현 듯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저 구름 속에서 완연하게 떠오른다
나는 그곳으로 달려간다
달려가도 달려가도
그이가 있는 곳에는 미치지를 못한다
순간,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뛰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망연히 수평선을 바라본다
수평선 위에는 또다시 일군의
꽃구름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흰 치마저고리 옷고름 나부끼면서
그의 모습은 저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간다
느티나무 가지에서
매미 소리 요란하다
푸른 바다 위에
갈매기 몇 마리가
훨훨 저 건너 섬 쪽으로 날아간다
비몽(非夢)? 사몽(似夢)?
수백 년 묵은 팽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바닷바람이
소리 없이 스쳐간다.
저도 바닷가에 혼자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