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담배 연기와도 같은 인생이여
- 2020.01.21
- 225
담배 연기와도 같은 인생이여
하늘도 자고 땅도 자고
사람도 잠자는 고요한 밤
벌레 소리 처량히 들려오는
어두운 가을 밤
길게 내뿜는 담배 연기만
어둠 속에 흡수되어 버리고
캄캄한 어둠 속에 한없이 헤매고 찾아도
담배 연기처럼 걷잡을 수 없는
길고 고요한 가을 밤
길고 아득한 유구한 역사속에
찰나 찰나의 생명을 연결하는 인간이
그러나 찰나에 사라질 담배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인간이란 것을 알면서도
찰나가 기쁘고 찰나가 섧다는 것을
인생이라 일컬으면서도 몹시도 허둥지둥하는 것이
어리석고 가엾구려
담배 연기와도 같은 인생이여!
호호창창한 내일의 역사의 막(幕)
그 속에 무한한 기대와 희망조차 없이
그러나 막연히 기다려지는 인생의 삶
지구는 돌고 역사는 가고
세월 흐르고 인생은 늙고
밤이 가면 내일에 새 날이 온다는 것은
가을밤 어둠 속에 사라지는 연기처럼 삭막한
인생의 부질업는 노릇이여.